얼마 전에 남자친구가 전복 10개를 구해다 주었습니다. 활전복 10마리가 물하고 같이 진공 팩에 담겨 있는 채로 아이스박스로 배달이 왔습니다. 활전복을 직접 배달해서 받은 것은 처음이고 전복을 직접 요리해먹는 것은 더욱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요리를 해줘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이때 전복 버터구이를 해먹자고 하였습니다. 전복 버터구이는 저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제일 만만하겠다 싶어 10개를 전부다 그렇게 해먹기로 하였습니다. 살아있는 상태로 온 활전복이 처음이라서 조금 징그럽기도 하고 어떻게 손질을 해야 할 지 긴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우선 활전복 10마리를 팩에서 꺼내서 충분히 물로 헹궈줍니다. 살아있는 전복이라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습니다. 남자친구도 마찬가지로 가슴이 두근 두근하고 좀 무서운 눈치였습니다. 맨 손으로는 차마 못 만지겠었는지 고무장갑을 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짜고짜 한 마리를 잡아서 주먹으로 팡팡 쳐댔습니다. 저는 왜 그러는 거냐고 원래 그래야 하냐고 물어보니까 아니 그냥 이라길래 왜 무서워서 그러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약간의 당혹감을 안겨준 활전복은 다행히도 심하게 요동치거나 눈에 띄게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짝씩 겉에 있는 전복살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서 저는 일부러 제대로 마주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냥 빨리 후딱 손질하는 과정을 해치우고 내 눈에 익숙한 요리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를 위하여서는 우선 손질을 해줘야 하는데 솔이 필요하였습니다. 집에 마땅한 솔이 없어서 칫솔로 대체하였습니다.


'전복 버터구이를 만들기 전 손질을 해주기 전에는 깨끗한 물로 충분히 씻어내린 후 살 겉 부분에 낀 물때를 제거해줘야 합니다. 원래 저는 전복이 까만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까 저 까만 건 전부 다 물때였습니다. 


남자친구와 저는 칫솔로 물때를 열심히 빼주기로 했습니다. 슥삭 슥삭 솔질을 하듯이 부드럽게 문질러주면 차츰 새까만 물때가 말끔하게 벗겨집니다. 이때 세게 한다고 해서 다 벗겨지는 게 아니라 살살살 부드럽게 천천히 문질러 줘도 벗겨지기 때문에 억지로 세게 문지를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냥 부드럽게 살살 문질러주면서 흐르는 물로 계속 씻겨주면 물때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습니다.


물때가 벗겨지고 난 뒤 새하얘진 전복의 모습입니다. 아까와는 다르게 확실히 살이 조개처럼 뽀얘졌습니다. 익숙한 전복의 느낌이 점점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도 아직 살아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좀 아찔했습니다. 이제 이 상태에서 껍질과 속살을 벗겨내주어야 합니다.

속살과 껍질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숟가락을 사용했습니다. 숟가락으로 속살과 껍질 사이 안으로 파고 들어가서 속살을 벗겨주면 됩니다. 그런데 잘못 하면 내장이 터져서 흐를 수가 있으므로 패각근을 먼저 잘라준 후에 안쪽으로 잡아당겨 주면 된다고 하였으나 패각근 즉 전복의 근육이 어디에 위치하는 줄 몰라서 그냥 남자친구가 숟가락으로 요령 껏 벗겨냈습니다. 저도 숟가락을 넣어서 힘주어 속살을 빼보려 했지만 단단해서 잘 되지 않아 그냥 남자친구한테 맡겨버렸습니다.



속살이 분리된 이후에는 전복의 이빨을 제거해줘야 합니다. 전복의 이빨은 전복의 속살 안에 숨어있습니다. 이빨이 있는 위치는 위와 같이 검정색 뿔이 두개 달린 것 같은 입 부분의 살짝 밑 부분을 칼로 탁 내리치면 약간 딱딱한 느낌이 드는데 그 안에 주황색 내장 같은 것들과 함께 이빨 하나가 숨어있습니다. 그걸 뺴주면 됩니다. 껍질 벗겨주는 건 남자친구가 해서 이빨 제거하는 것은 제가 했습니다. 특이하게도 남자친구는 껍질 벗기는 걸 수월하게 했고 저는 이빨 제거하는 걸 수월하게 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이빨 제거하는 게 뭔지 몰라서 감을 못찾고 저는 껍질 벗기는 게 뭔지 몰라서 감을 못잡았는데 말입니다.


이빨을 제거하는 동영상을 찍어보았습니다. 위와 같이 뾰족한 입 부분을 찾은 후 칼로 팍 쳐주면 살짝 안에서는 뻑적지근하게 뼈가 잘리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그 후 손으로 살짝 안에있는 내용물을 밀어내면 내장같은 것들과 함께 이빨 하나가 나옵니다. 이걸 제거해주면 됩니다.



이빨이 제거된 뒤에 속살의 모습입니다. 이제 이렇게 되면 완전히 전복은 죽었을 것입니다. 이제 슬슬 전복 버터구이가 되기 위한 모습을 띄우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 오고 나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손질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재미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10마리를 다 해체하였는데 남은 이빨 어디 더 없는 지 찾고 싶은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빨이 제거 되면 남은 손질은 모두 끝이 납니다. 근데 저는 여기서 좀 더 깨끗하게 물때를 제거해주고 싶어서 깨끗하게 씻은 손으로 전복을 문질러주면서 한번 더 물때를 깨끗하게 제거해주었습니다. 만져보니 미끌미끌하게 전복에 점액질 같은 게 남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때인 것 같아서 미끌거리는 느낌도 빡빡 제거해주기 위해서 손으로 잘 여러번 헹궈주었습니다. 이 느낌이 재미있고 깨끗하게 손질하였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복 버터구이를 만들고 싶었으나 집에 남아있는 버터가 없었습니다. 집에는 오직 식물성 버터인 마가린 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맛이 뭐 그렇게 차이가 날 까 싶어서 마가린으로 한번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전복 10개에 마가린의 양은 저정도로 둘러주었습니다. 계량도 하지 않고 적당히 그냥 눈대중으로 보고 손으로 떼서 후라이팬에 넣어주고 약한 불을 올려 달궈주었습니다. 센 불로 하면 탈 것 같아서 그냥 약불로 구워주기로 했습니다. 얼마 후 시간이 지나니 마가린이 흐물흐물하게 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마가린이 완전히 녹는 사이에 전복에 칼집을 내주기로 했습니다. 칼로 적당한 만큼 칼집을 내주었습니다. 


세로와 가로로 적당히 나누어주어서 버터 혹은 마가린이 안 쪽에 잘 스며들게 끔 해주었습니다. 만약에 여기서 버터가 있으시다면 마가린 대신 버터를 넣어주시면 될 것입니다. 그래야 분명히 진정한 전복 버터구이일테니까 말입니다.


이윽고 모든 칼집을 내고 전복을 후라이팬에 넣어주었습니다. 잠시후 후라이팬에서 마가린과 전복이 만나자 마가린은 완전히 풀어 헤쳐져서 물이 되었고 전복에 스며들면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참으로 고소한 냄새가 나서 이번 작은 성공작이다 싶은 예감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앞 쪽에 잘 익었으면 이제 전복을 반대로 돌려서 앞 뒤로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주었습니다. 드디어 전복 버터구이 아니 마가린구이의 모습이 어느덧 띄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약간의 간을 추가해주기로 했습니다. 집에 있던 저염소금을 대충 몇 번 정도 탈탈 털어서 뿌려주고 후추도 멋스럽게 그 위에 올려주었습니다. 어느덧 마가린이 전복 살에 잘 흡수되어서 겉 표면이 노랗게 띄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렇게 하면 전복 버터구이 아니 마가린 구이가 완성이 됩니다. 참으로 간단하였습니다. 손질을 하는 데 약간 시간이 걸렸을 뿐 그 다음에는 단순히 구워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 요리하는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바로 전복 한 알을 입에넣었습니다. 과연 마가린이 들어간 전복 구이의 맛은 어떨 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약간 마가린과 전복이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약간 느끼해서 뭔가 깔끔한 맛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베란다 스티로폼 화분에서 키우고 있던 무농약 유기농 파 한 단을 잘라와서 쫑쫑 썰어서 쪽파로 만들어 위에 솔솔 뿌려주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단순히 전복과 마가린 및 소금과 후추로만 이루어져 있을 때는 활전복이라서 신선한 맛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느끼한 맛을 차마 다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쪽파와 함께 어울러서 먹으니 직접 키운 무농약 파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훨씬 더 깔끔하고 맛이 확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파로 인하여 입안이 개운해져서 한알 먹고 또 한 알에 손이 바로 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진마늘과 다진생강도 끼얹어주면 어떨 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냉동실에 있떤 다진마늘과 다진생강도 조금 옮겨와서 위에 얹어주고 먹어보았습니다. 결과는 환상적이었습니다. 매콤하고 알싸한 맛에 느끼한 마가린에 부드럽고 신선한 활전복의 구이가 만나 한데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조화를 이루어냈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지 5분도 안되서 남자친구와 함께 둘이서 10개를 게눈 감추듯이 먹어버렸습니다. 


결론:

전복 버터구이 마가린으로 만들어도 맛있다. 다만 쪽파, 다진마늘, 다진생강 토핑을 해주어야 더욱 맛이 뛰어나진다. 아무런 양념 없이 마가린과 소금 후추로만 간을 하면 약간 느끼하고 맛이 안어울러질 수 있다.


마가린으로도 충분히 맛있었으니 버터를 넣으면 더욱 뛰어난 조합이 될 것이 예상됩니다. 전복이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인 줄은 몰랐습니다. 살아있던 싱싱한 전복을 갓 잡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얘기를 하다보니 그때 그 맛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한 마디로 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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